결혼 언제 하니, 폴 고갱, 1892 


서른이 넘어가면서, 슬슬 '언제 결혼 하니?' 라던가 '애인은 있니?' 라던가 하는 이야기가 슬슬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스럽지 않게 넘겨 버렸던 그런 말들이, 개인적인 이러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다보니 어느 순간 부터는 어떻게 대꾸를 해야할 지 모르게 되더라.


어제는 사촌형이 결혼을 했다. 

사촌형과는 같은 교회, 같은 성가대에 있어서 일주일에 한번씩은 보는 절친한 관계다. 그래서 일도 쉬고 결혼식에 갔는데, 

문제는 그 결혼식장에 나를 아는 어른들이 너무나 많이 오셨다는 것.

동생이 오기를 기다리며 로비에 서 있자니, 하나 둘씩 오시는 친척 분들, 교회 분들이 한마디씩 들 하신다. 


'형도 결혼하는데, 너는 결혼 언제 하니?'

 

가끔은 그런 생각도 든다. 저분들은 나한테 뭐라도 맞겨 두셨는가? 축의금 주고 싶어서 안달들이 나셨는가?

매번 그런 이야기 들을 때마다 싫은티 곤란한 티를 내는데 왜 굳이 그런 말씀들을 하시는가?


그런 일로 기분이 나쁠 때마다 엄마에게 하소연을 하는데, 

식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도, 갔을 때 옆에서 그런 이야기 하시거들랑 제발 좀 끊어주시라고 부탁을 했었다.

결과적으로 일년동안 들을 '결혼은 언제 하니?' 라는 물음을 하루에 다 들은 것 같다.

어느 독하신 분은 '결혼은 언제 하니?'라고 물으셔서 어머니가 '그런거 스트레스 받으니까 물어보지 마세요' 라고 응대를 하니 '왜 결혼 하는 걸 물어보면 안되냐' '무슨 하자라도 있는거냐' 라는걸 집요하게 물어오셔서 그 시점에서 멘탈이 완전 나가버렸다.

너무 무례하고 불쾌한 행동이었다.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우리 교회 목사 사모라는게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나는 왜 이런 잔소리가 듣기 싫은가?

생각해보니 결혼을 안하는게 아니고 못하는거라 그런것 같다.

아니 그전에, 나에 대해서 얼마나 들 아신다고 그런 말을 쉽게 쉽게 던지는가! 도 사실 좀 불쾌하다.

만약에 내가 성 정체성이 평범하지 않거나, 신체 기능에 문제가 있어서 결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던가

여자한테 결혼 빙자 사기를 당해 인간 혐오에 빠졌다던가 이러면 어쩌시려고! 

설령 그런 상황이라고 한 들 일일히 설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일단 당분간은 그런 잔소리를 들을 상황을 피하는게 좋겠다.

피곤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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